'엔저' 日 9월 소비자물가 3%↑…31년만에 최대폭
'엔저' 日 9월 소비자물가 3%↑…31년만에 최대폭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2.10.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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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오르고 생산비 급등

일본 엔화가 이틀째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대를 넘긴 가운데 일본의 9월 소비자 물가도 3.0% 올랐다. 1991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다. 엔화 약세가 ‘원자재 비용상승→생산비 증가→물가 상승’이란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특히 높은 물가가 소비 감소와 이에 따른 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며 일본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가 작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13개월 연속 상승이며 1991년 8월 이후 3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국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엔화 가치마저 급락해 수입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 종합 대책을 이달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접어든 것은 150엔대에 진입한 엔화 약세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날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기준 150.18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선 것은 ‘거품 경제’가 끝나기 직전인 1990년 8월 이후인 3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며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의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엔화를 팔고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자 일본은행은 금융시장 안정 등을 위해 긴급 채권 매입에 나서기로 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소비자 물가뿐 아니라 기업물가지수도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는 앞으로도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3일 발표된 9월 기업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9.7% 상승하면서 1960년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물가지수는 기업 간에 거래하는 물품의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로 앞으로 소비자물가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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