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출 증가세 약화와 투자부진등을 언급하며 글로벌 경기 하방위험을 경계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쓴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수출 회복과 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경제 전체가 둔화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낸 셈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과 관련해 "경기가 둔화할 것 같을 때 과거 '불확실성 확대', '회복세 약화 우려' 정도로 썼던 걸 좀 더 솔직하게 표현했다"며 "전반적으로 경기가 꺾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정부의 경계심이 높아진 걸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지표상으로도 수출, 투자 등에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은 지난달 21.3% 증가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10.7% 늘어나 4월(15.3%)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이 과장은 "전반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달에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가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물류 차질,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7%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왔다.
설비투자는 지난 4월에 전월보다 7.5%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두 달 연속 하락했고 앞으로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개월 연속 내려가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된 점도 부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은 잇따라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세계 경제의 변동성을 고려해 전날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2.6%로 내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고용 회복세가 이어진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93만5천명 늘어 2000년(103만4천명) 이후 22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